이번달의 시작은 멘붕으로.
4월 첫날에 직원분이 이번달에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낌새가 있던 일이었고, 사실 그게 필요하기도 한 시점이었다.
왜그러냐면,
직원분들은 일을 너무 잘했는데
내가 원하는 스테이 방향이 아닌, 모텔 일을 너무 잘 하셨다.
직원분들의 운영으로 매출이 상승했지만
그건 모텔 매출이었고, 시스템은 점점
모텔 최적화 시스템이 되어갔다.
청소는 많아지고, 세탁도 많아지고 일이 점점 늘어났다..
애초에 급여가 많은 자리도 아니었기에
일을 더 늘려하게 되면 과부하가 올 수 밖에 없는데
일 잘하는 직원분들이 일을 너무 잘해서
나도 일을 맡겨놓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었다.
결국 이런 결과가 될 수밖에.
이럴 줄은 알았지만 결국 몰랐다ㅎㅎㅎ 이렇게 멘붕일줄은.
미리 걱정따윈, 어차피 닥치면 멘붕일텐데.
아무튼
그날부터 청소 직원을 구했지만
직원분들이 나가기로 한 날이 다가오는데 사람은 구해지지 않고
내가 졸지에 모텔 붙박이가 되게 생겼다. 넘나 두려움 ㅠㅜ
그동안 직원분의 무시무시한 스토리에 라이팅되어
내 영업장의 공간은 무서운 곳이 되어버렸다.
술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고, 손님들은 방을 쓰레기같이 쓰고,
새벽에도 괴성을 지르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그런 곳.
늘 대비해야 할 점에 초점을 맞춰서 상황을 알려주던
직원분의 멘트는 내가 내 업장을 무서워하게 만들었고,
손님들에 대해 이상한 점들을 알려주던 직원분 멘트는
내가 겪지도 않았던 손님들을 이상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두려움에 휩싸여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이 일을 알려주셨던 동료분께 SOS를 보냈다.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니 업장으로 오라고 하셨꼬
그날로 당장 그분을 찾아갔다.
동료분은,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하셨다.
일찍이 영업 방향을 바꿨어야 하는데 그동안
직원분들에게 그 방향키를 넘겨줬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스테이로 확실하게 전환할 타이밍이라고 하셨다.
한참을 얘기하고 나오니, 그래도 뭘 해야할지 쪼오끔,
아주 쪼오금이나마 알 것 같았고
막연하게 두렵던 마음이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혼자서 생각하고 키워가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그래도 아직 내 업장은
아직 스테이 시스템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월방 손님들도 카운터에 직원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당분간은 내가 카운터에서 손님들을 만나면서 시스템을 정비해야 했다.
직원분들이 나가고
그날 처음 업장 직원방에서 잠을 청했다.
정말정말 머나먼 타지에서 나 홀로 떨어져 잠을 청하는 느낌이랄까.
직원방에 있어도 문 밖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카운터에서 조그마한 소리만 나도 나가보기 일쑤였다.
웬 깡패 소굴에 나 혼자 떨어진 느낌이랄까...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텔방을 구하러 온 손님들한테는 방이 없다고 둘러대면 되는데
하필 그날은 금요일이어서,
보통 월방 손님들이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장기방 손님중에 매일 결제를 하고 방키를 내어드려야 하는 손님이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왔다. 진짜 무섭...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서 들어온 이 분은
대화도 안되고, 결제도 못하고,
방키도 받지 못한채 카운터 앞 의자에서 잠이 들었다.
아... 이 분 깨면 방키를 드려야 방에 올라갈 수 있으니...............
나는 이 분이 깰 때까지 잠을 못잔다.....
깨우려고도 해봤는데 축 늘어진 몸이 진짜 무거워서 부축할 엄두도 못냈다.
이분에게 대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직원방으로 들어갔다.
선잠을 자다가 이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카운터로 나왔다. (아직 씨씨티비가 폰으로 연결이 안되서 소리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ㅠㅜ)
눈은 떴으나 아직 술은 안 깨서는... 내가 무슨 결제를 하냐며 방키만 받아서 올라가셨다.
그래.. 술 깨시면 결제해야지.. 이제 들어가자...
그날 밤은 그렇게 갔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그래도 아침이 밝았구나.. 싶었다.
대충 눈꼽떼고 나와서 카운터에 앉았다.
아 오늘 내가 청소해야 하지.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는 생각보다 할만했다. 뭐 까다로운 일도 아니고
배팅도 배테랑 직원분께 배운거라 원리 딱딱
금방 할 수 있었다.
날이 선선한데 땀이 났다.
내가 세탁을 하다보니,
아, 직원용 세탁기랑 건조기가 진짜 필요하겠다, 싶었다.
직원분이 그렇게 얘기를 할 때는 몰랐는데
내가 해보니 직원용 기계가 따로 필요하다는게 실감이 갔다.
이래서 내가 해봐야 하는구나.... 싶었다.
직원분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 모르는 사장이 참 무섭다 싶었다.
직원용 세탁기 건조기 필요하다는 얘기는 1월부터 동료분께 들었던 얘긴데
이때까지 필요성을 못느끼다가, 당장 내가 하고나니 그게 급하겠다 싶어
하루만에 당근에서 서치, 구매까지 결정했다. 참.
숨고에서 설치기사분까지 섭외 완료. 그렇게 든든한 직원용 건조기를 들였다.
(아주아주 만족스럽다)
또 청소를 하다가 한 객실 변기 주변에 이상이 있는걸 발견했다.
바로 기사님을 검색해 문제를 해결했다.
내가 청소를 하니까 발견하는 점들이 참 많았다.
이래서 내가 해봐야 하는구나... 절실히 실감했다.
촴. 이렇게 배운다.
중간중간 청소직원 지원자 몇명 인터뷰를 했고
시스템 정비를 위해서 손님들에게 키 배치를 설명드렸고
빨래도 하고, 간판 사장님과 미팅도 했다.
(간판 사장님과 미팅 이야기는 다음글에서 자세히)
그리고 며칠 있으면서 손님들과 직접 소통할 일이 많았다.
이름으로만, 입금자명으로만 보던 손님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듣던 것보다 훨씬 괜찮고 결국 사람들이었다.
돈 안내고 애먹이던 505호 어른은 그래도 신뢰가 있는 사람이었고,
냄새가 너무너무 심하게 난다는 301호 손님은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방을 엉망으로 쓴다는 201호 손님은 그냥 뭐, 그 정도는 봐줄만 한 정도였다.
다들 뭐, 사람이구나 싶은 정도였다.
이래서 내가 해봐야 하는구나... 절실히 실감했다.
촴. 이렇게 배운다.
그렇게 안 구해지던 청소 직원분이 구해졌고
이번주에는 월, 수 나와서 청소를 하고 계신다.
내일이면 혼자된지 일주일째다.
한달은 된 것 같은데, 지금 달력을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일주일도 안됬다고? 일주일새 나는 조금 단단해졌나보다.
월방 손님 한 분이 나갔고, 두 분이 들어왔다.
그 와중에 에어비앤비 손님이 들어왔고, 아고다 예약도 있다.
이번달은 진짜, 내가 그리던 방식으로 운영해가고 있다.
단 일주일만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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